연극 '3인3색 이야기'. 사진 극단 애인 제공
연극 '3인3색 이야기'. 사진 극단 애인 제공
리뷰 l 연극 3인3색 이야기

장애인들이 직접 연출·연기
대사 힘들고 동작 서툴러도
그들 아픔 고스란히 전해져
연극 <3인3색 이야기>(총연출 이양구·극단 애인)는 장애인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했을 뿐 아니라 배우로도 출연한다. 보통의 연극무대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여느 무대보다 깊고 촘촘했다. 연극은 지난 19~21일 서울 성북마을극장 무대에 올려졌고, 좀더 다듬어 내년에 다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이 작품은 세 편의 이야기를 한 데 묶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장애를 둘러싼 서로 다른 색깔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처음엔 대사를 알아듣기 힘들고, 실제 몸이 불편하니 물건을 건내거나 슬리퍼를 벗는 등 작은 동작조차 아슬아슬해 보인다. 비장애인 관객이라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첫 이야기인 ‘건드리지 마세요’(작·연출 강예슬)는 집세를 받으러 와서 폭력을 휘두르는 건달들을 피해 옥상에 숨어있는 장애인 남매의 사연이다. 고등학생 오빠는 책만 읽는데,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처럼 이들을 애워싸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우리 사회는 정글이 아닌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두번째 ‘소리전쟁’(작·연출 백우람)은 반전이 있는 코미디다.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청년과 피아노를 치는 여자가 옆집에 살게 되면서, 서로 잠을 방해하는 상황이 된다. 둘은 각각 기타와 피아노를 치면서 상대를 공격하는데, 어느날 여자가 찾아온다. 호종민 배우의 연기는 말 그대로 열연이다.

극단 애인의 김지수 대표가 쓰고 연출한 ‘기억이란 사랑보다’는 시골 도장가게로 젊은 여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혼인신고서에 쓸 도장을 파달라고 하면서, 어릴 적 추억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이에 장애를 가진 도장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뭔가 짚힌다는 표정이다. 이혼하면서 두고 나온 딸이 20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딸이 결혼할 사람이 뒤이어 가게에 들어서는데, 여자다. 엄마는 딸과 그의 애인한테 수제비를 끓여준다. 절제미가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무대이다. 김지수 대표는 “딸을 성소수자로 설정한 건, 장애인들도 소수자이기에 소수자들 사이의 인정과 수용을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좁은 객석에는 장애인들이 많았다. 관객들은 보통 연극보다 더 많이 웃고 울었다. 배우들은 왜 연기를 하는지, 관객들은 왜 연극을 보는지, 조금은 알게 된다. 장애인 연극은 대사를 외우고 동작을 연습하는 데 보통 배우들보다 두세 배의 노력이 든다고 한다. 이양구 총연출은 “극작과 연출을 도우면서, 말 한마디와 움직임 하나까지 천천히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