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한강다리 횡단 집회’를 막은 경찰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장애인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는 장애여부를 떠나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김용철)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대상으로 낸 옥외집회금지통고 처분 효력정지 소송에서 원고 측의 신청을 인용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전장연은 이날 예정된 ‘총선 대비 대정당 행진’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새누리당 당사 앞을 지나는 행진을 지난 11일 경찰에 신고했다. 정당들이 모두 여의도 내에 있었다면 별 어려움이 없었으나, 신생 국민의당이 여의도 바깥에 위치해 있었기에 이들 단체는 마포대교를 건너는 집회를 계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교통에 방해가 된다”며 금지통고를 내렸다.
재판에서는 다리 위 장애인 집회가 가진 안전문제에 대해 공방이 오갔다. 경찰은 집회 참여자 중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150명에 달하는데다, 이들이 행진차로를 이탈할 경우 개별적으로 따라다니며 보호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마포대교는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으며, 낙하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위험이 높다고도 했다. 이에 전장연 측은 “정치적 표현을 하려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소외된 계층일 때는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해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질서관리인 20여명을 둬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집회시 마포대교의 교통흐름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도 쟁점이었다. 경찰은 통계 등을 교통방해의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전장연 측은 시위 참가 인원이 200명이고 1개 차로만을 이용하여 행진한다는 점, 시위 시간이 퇴근 시간과 겹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법원은 심리 끝에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경찰의 집회금지로 장애인들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또 집회금지를 중지한다고 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장연 측은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현재 국내에서는 장애인이 온전한 선거권을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은 거리에서 소리지를 수밖에 없는데 국가기관은 이런 특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공익법인 ‘희망법’의 김재왕 변호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상교 변호사, 진보넷 신훈민 변호사 등 여러 공익단체의 변호사들이 함께 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