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女탁구 단체 값진 은메달…“파리에선 만리장성 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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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만리장성 넘을 겁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여자 탁구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서수연(35·광주시청)과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는 3년 뒤 파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TT1-3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0-2로 패했다.

이들 세 명은 2016년 리우 대회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사이다 5년 만에 열린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를 다져왔지만 중국에 막혀 은메달을 획득했다. 승부처로 꼽았던 1복식에서 이미규-윤지유 조가 중국 쉐쥐안(32)-리첸(32) 조에게 2-3 역전패를 당하면서 흐름을 내줬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선수들은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미규는 “복식을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 쉽게 풀어 가다가 나중에 져서 좀 아쉽다. 복식을 잡았어야 (단식을) 부담 없이 풀어 갔을 텐데…”라고 곱씹었다.

복식에 이어 단식에 나선 윤지유는 “개인전에서 진 선수(쉐쥐안)에게 도전하고 싶었는데 잘 나가다 뒷심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윤지유는 지난달 28일 개인 단식 4강에서 쉐쥐안에 2-3으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한 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에서 설욕을 노렸으나 이번에도 만리장성은 높기만 했다.

옆에서 동생들을 지켜본 ‘맏언니’ 서수연은 “아무래도 두 친구(이미규·윤지유)가 주전으로 뛰다 보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응원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응원뿐이라 안타까웠다”며 “다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 것이니 정말 대단하고 잘했다”고 다독였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경기장에서는 남자부 시상식을 진행했다. 금메달을 딴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탁구 강국인 중국은 시상대 단골손님이다. 이날 열린 단체전 결승 3경기에서 금메달은 모두 중국이 차지했다.

이날 오전에는 남자 TT4-5 단체전 결승에서 나선 김영건(37), 김정길(35·이상 광주시청),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도 중국에 덜미를 잡혔다.

서수연은 “항상 애국가를 많이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메달) 색깔 바꾸고 싶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며 “오늘도 단체전 들어가기 전부터 ‘이번엔 꼭 금메달 따보자’고 했다. 이번 경기 초반부터 경기 흐름을 가져와서 정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쉽다. 다 똑같은 마음일 것 같다”고 했다.

한국 탁구 역시 발전하고 있다. 5년 전 동메달을 도쿄에서는 은메달로 바꿨다. 3년 후 파리 대회에선 금메달을 노려볼 만 하다. 서수연은 “지유가 충분히 기량이 되니 앞으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로 인정받은 윤지유는 “파리에서는 애국가가 더 많이 울렸으면 좋겠다”며 “쉽게 이기면 그다음 세트를 더 밀어붙여야 하는데 중간에 풀어버려서 경기가 쉽게 넘어간 것 같다. 안 되는 부분을 보강하면 파리 대회 때는 쉽게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여자 선수 가운데는 아직 패럴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이가 없다. ‘언제쯤 금메달이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세 선수는 망설임 없이 “파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 개인 단식에서도 메달을 획득한 서수연(은)과 이미규, 윤지유(이상 동)는 메달 두 개씩을 목에 걸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미규는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 친구와 지인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열심히 지도해주신 황은빛 코치님께도 감사하다”며 “일단 돌아가서 일주일 동안 쉬고 싶다”고 했다.

한국 음식이 그립다는 윤지유는 “배달 음식과 치킨 같은 걸 먹고 싶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며 웃었다.

서수연은 “다들 피로가 쌓여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가족과 주변 분들께 많은 응원을 받았다. 경기를 시청하시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모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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